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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수능 수기

[수능 수기] 수능 한달 30일 초단기 연세대 기적수기 - 작자 미상

by COCOTEA 2021.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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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더 전에 있었던 6차 교육과정, 옛날 수능 30일 레전드 기적 수기입니다. 그 당시에는 문과생이든 이과생이든 국어, 수학, 영어뿐만 아니라 공통 사회탐구, 공통 과학탐구를 같이 봤다고 합니다. 현재는 2015 개정 교육과정 이므로 그만큼 워낙 오래된 수기라 지금은 원본 글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다만 한 달, 두 달, 50일, 40일, 30일, 20일, 10일이 남더라도 포기하지 않으면 6월 모의고사나 9월 모의고사에 맞았던 점수, 등급보다 수능에서 더 높은 점수의 기적이 일어나기에는 가능한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2022 수능 혹은 2023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연세대 30일 수기가 분명 도움이 될 거라 봅니다.

 

 

수능 30일 기적 연세대학교 초단기 레전드 수기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긴 했지만 집안 형편상 대학 진학은 너무 힘든 일이었고.. 몸이 약해 항상 잔병 치례가 심했던 난.. 일찍.. 대학 진학을 포기해 버렸다. 약한 몸보다는 주위 환경과.. 더 정확히는 나의 나약한 정신 때문에.. 난 포기했었다.


중학교 때 성적이 안 좋았다. 당연히 상고 진학을 생각하던 중3 담임은 내게 인문계 원서를 써 줄 생각도 안 하고 있었지만.. 난 몹시도 대학에 가고 싶었다. 형편없는 성적에 집안도 가난하면서 인문계 고등학교 가겠다고 부득부득 우기는 게.. 나 역시.. 염치없는 일인 줄은 알았지만.. 그래도.. 꼭 대학에 가고 싶었다.

 

처음엔 반대하시던 부모님도.. 내 뜻을 이해해 주셨고.. 결국 허락해 주셨다. 담임은 연합고사 떨어져서 갈 데도 없어지고.. 그나마 상고도 못 가고.. 검정고시 보려고 그러냐면서.. 비아냥거렸다. 너 같은 애들 그렇게 떨어지면.. 검시 보기두 힘들다고.. 그냥 자기 말 듣고 얌전히 네 성적에 맞는 상고 중에서도 꼬른 상고나 가지.. 왜 뻔뻔하게 구는 건지 알 수가 없다고.. 네 멋대로 함 해 보라고.. 그랬다.

 

당시 원서 쓸 무렵이 가을이었고.. 12월에 있을 연합고사는 40여 일 남았던 것 같다. 난 담임을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공부했고.. 당근 떨어져서 고등학교도 못 갈 거란 예상을 깨고 연합고사에 합격했다. 고1 때 반에서 25등 정도의 성적으로 들어갔던 것 같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은 연합 고사도 겨우 붙는 사람이 있냐고.. 웃을지도 모르지!! 만.. 고등학교 가는 게 그토록 힘든 일이냐고 웃을지 모르지만 당시 내겐 정말 절실하게 처절한 시간들이었다.

 

대학 진학의 꿈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일단 인문계에 들어갔고.. 열심히 공부하리라.. 다짐했다. 하면 되는 거구나..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때이기도 했다. 희망에 가득 차서 시작된 고1 생활... 참 우습게도 그때부터 집안이 더 기울기 시작했다. 워낙 기울어져서 더 이상 기울 것도 없는 듯했는데.. 아직 우리 가족들에게는 더 떨어져 내려갈 밑바닥이 존재했던 것이다. 친척들이 내가 인문계에 간 걸 욕했다. 인문계 여고 나와서 어디 취직을 하느냐고..

 

대한민국에 많은 애들이 대학에 가는데 주변의 뒷바라지 속에서 공부를 하는데 내게는 그 평범한 일이 왜 이토록 힘든 건지... 난 또 꿈을 포기했고.. 나와 비슷한 처지의 애들과 어울렸다. 물론 그들 중엔 환경이 좋은 애들도 있었지만.. 세상을 증오한다는 것에 있어서는 다 똑같은 처지였다. 그렇게 3년이 흘러가서 그 해 수능도 보지 않은 채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모두의 바람과 기대? 대로.. 난 대학에 안 갔고.. 또 갈 성적도 못 되었고.. 옷 가게에 점원으로 취직이란! 것?? 했다.

 

큰 만족도 불만족도 없는 하루하루.. 일이 끝나고 집으로 오는 길엔 항상 종로 도서관에 들러서 책을 읽곤 했다. 데미안.. 어린 왕자.. 갈매기의 꿈.. 중학교 고등학교 때 다 읽었어야 하는 책들이지만 그렇지 못했던 내게.. 저녁때 거기서 책을 읽는 것은 커다란 기쁨이었다. 내가 책을 좋아하는구나.. 그때 그걸 처음 알게 되었다. 중 고등학교 때 문학 시간이 유일하게 즐거웠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난 그걸로 족했다. 큰 꿈도 없이 큰 고통도 없이.. 나아지지 않는 집안 형편도.. 체념한 지 오래돼서 별 괴로움도 없었다. 단지 내가 조금이라도 벌어서 보탤 수도 있고 내 차비를 손 벌리지 않는 게 기뻤다. 내 통장으로 돈은 모아지지 않았다. 내가 아껴 써도.. 집안 빚 갚는데 매달 일정액이 나가고 있었고.. 내겐 다른 꿈이 없었다.

 

남자가 생겼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때나.. 관내 식당에서 가락국수를 먹을 때나.. 항상 내 앞에.. 혹은 내 뒤 쪽에 앉아 있는 사람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사람이 옷을 사러 왔다. 어떻게 이 쪽으로 온 걸까?.. 우리가 자주 만나지 않았냐고.. 아는 척을 했다. 종로 도서관에서 본 사람을 신촌에서 다시 보는 건지... 학교가 근처라고 했다. 그랬구나..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리고.. 몇 달 뒤에 우린 사귀고 있었다. 그는 대학 졸업반이었고.. 명문대 경영학과에. 집안도 좋은.. 그런 사람이었다. 처음부터 나와는 격이 다른 사람이었지만.. 아직 난 이것저것 따져가며 결혼을 생각할 나이는 아니었고.. 처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거였기에.. 뿌리치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반년이 지나갔다. 항상 내 처지를 안타까워하던 오빠가 조심스럽게 이제라도 대학에 가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지금까지 과외해서 모은 돈으로 너 하나 충분히 공부시킬 수 있다고.. 이제 졸업하고 취직하면 더 많이 도와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미안하고.. 고맙고.. 또 고마웠다. 죽을힘을 다해서라도 공부해 보리라... 하지만 직장을 그만둘 수는 없었고.. 집안의 빚도 줄어들지 않고 있었다.

 

저녁때 혼자 공부해 오던 내게 오빠는 내 월급을 자기가 줄 테니 직장을 그만두라고 했다. 대학 들어갈 때까지만이라도.. 그렇게 하자고.. 고맙기도 하고 자존심 상하기도 했지만... 그의 성의를 생각하고 그를 믿으면서.. 대학 가서 갚겠다는 조건으로 돈을 받았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후에 난 오빠의 어머니와 누나로부터 카페에서 빰을 맞아야만 했다... 형편없는 집안에 배운 것도 없는 막돼먹은 년이.. 반반한 얼굴로 순진한 자기 아들을.. 망쳐놓고 있다는 것이었다. 주스까지 내 얼굴에 들이부으면서.. 소리 지르는 그들 앞에서.. 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때가 수능 원서 접수를 끝내고 두 달 정도 남아 있을 무렵이었다. 직장 다니면서 공부한다고 하긴 했지만 제대로 하지 못했고.. 오빠의 권유로 직장 그만 둔지 한 달째 되었을 때.. 모의고사를 처음으로 본 다음날이었다.


오빠와는 연락을 끊었다.
모의고사 성적표가 나왔다. 250.........

 

무턱대고 짐을 싸서 집을 나왔다. 절에 들어갔다. 돈이 떨어지자 절의 부엌일을 거들면서.. 한 달을 있었다.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정말 중이라도 되고 싶은 심정으로... 거기에 있었다.


처음으로 행복했고 희망이 보이던 시간들이었는데... 내가 뺨까지 맞을 죄를 지은 걸까?... 내가 대학생이었다면 적어도 못 배운 년이란 소리는 듣지 않았겠지.. 여러 가지 생각들이 끊이질 않았다. 집에 전화하니 아버지가 울고 계셨다. 돌아오라고.. 아무것도 해준 게 없어 미안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집으로 돌아오라고... 아버지가 울고 계셨다...

 

돌아가기로 한 전날 밤. 그동안 친해진 그곳의 젊은 스님 한분과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30살이지만 훨씬 앳되보이던 여스님은.. 자기 이야기는 하지 않고. 내 이야기만 묵묵히 들어주었다. 그리고.. 이번 수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내게.. 너무나도 힘든 일이라고.. 한 달 밖에 남지 않은 지금.. 공부하는 건 너무 힘들고 무모한 거라고... 더구나 좋은 대학에 가겠다고 하면 다들 비웃을 거라고. 하셨다..

 

그.렇.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일주일 남았다면 불가능하겠지만 5주가 남아 있으니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인간이 못 할 일은 아니라고 하셨다. 만리장성도 사람이 쌓은 것이고.. 부처님도 사람의 몸으로 태어나셨으니.. 그 시간이면 인간이 못할 일은 아니라고.... 그렇지만.. 너무 힘든 일이고.. 목숨을 걸어야 이룰 수 있을 거라고.. 목숨을 걸고 끊임없이 기도하라고... 말씀해 주셨다.

 

난 산을 내려왔고.. 아버지는 내게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한 달간의 독서실 값.. 그리고 참고서 10권 정도를 살 수 있는 돈...
고등학교 졸업 후에.. 처음으로.. 아니..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렇게 많은 돈을 아버지에게서 받아 보았다. 미안하다고... 그저 미안하다는 아버지 앞에서.. 난 또다시 한참을 울어야 했다..

 

그리고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꼬박 독서실에 있었다. 한번 들어가서는 결코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점심은 빵으로 때우곤 했다. 저녁은 집에 와서 간단히 해결했고.. 그 뒤 새벽 2시까지 공부를 했다. 4시에 항상 일어났고 학원에 새벽반에 갔다가 다시 9시에 독서실에 가서 공부를 했다. 밤에 잠을 자면서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들으면서 자곤 했다.

 

두 시간 동안..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나.. 민물장어의 꿈이나.. 카니발의 거위의 꿈이나.. 그런 노래들.. 내가 사랑하는 그 노래들이 내 잠재의식 깊은 곳으로 들어와 내 꿈을 가능하게 해 줄 것 같았다. 혹시나 불가능해진다 해도.. 후회 없이.. 살아가리라.... 그리고 노래는 그걸 가능하게 해 주었다..

 

새벽 4시 기상.. 우선순위 영단어 테이프 들으면서 암기.- 수학 공부- 학원에 가서 수학 수업 듣기- 지도원을 하며 삼수를 하던 친구가 내게 그 자리를 양보해서 돈 안 내고 수업을 들을 수가 있었다. 독서실로 직행 - 언어(국어영역) 비문학, 문학 공부 - 다시 수학 공부 - 사탐 공부 - 영어 독해 - 과탐 공부 - 집에 와서 다시 수학 - 영어....

 

이상하게도 잠이 오지 않았다. 그 두 시간 조차도.. 노래를 들으면서 뜬 눈으로 지낸 날도 있었다. 절에 들어가서 새벽 예불 시간에 맞춰서 일어나던 습관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오빠와 있었던 일로.. 마음의 상처로.. 지난 한 달 잠 못 이루던.. 습관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목숨을 건 내 의지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언젠가 텔레비전을 보니까 잠 안 자는 사람이 나오던데..ㅡㅡ;; 남자 대학생.. 건강 상태 이상 무.. 막 뛰어다니는 모습까지 클로즈업되고.. 그 일이 전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이때 수업 들었던 수학 선생님도 자신은 잠자는 시간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자는 시간은 없고.. 틈틈이 남는? 시간에 잔다고 하셨었다. 그리고 그들의 그 이상한 습관은 내게도 생겨났다. 난 대학에 들어온 지금까지도 잠을 잘 못 잔다.. 아니 잠이 잘 안 온다. 수면제 먹으면서까지 잘 생각은 없고.. 잠이 너무 안 오면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거나 한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한 달간 의외로 많은 일들을 할 수가 있었다. 공통 수학은 개념원리와 학원 교재로 정리를 했고 수 1은 교과서와 학원 수업으로 공부했다. 마지막 파이널 수학은 7일 앞두고 미친 듯이 풀었고, 사탐은 이비에스로 정리했는데.. 강의를 들은 게 시험 때까지 계속 남아 생각이 났다. 교육방송 듣고.. 다른 통합 사탐 문제집 풀고 나중엔 기출문제를 풀고 갔다. 교과서를 제대로 이해하고 반복해서 읽었다. 시간이 없었지만 그래도 교과서를 이해해야 문제를 풀 수 있을 테니까..


문학은 여러 문학 문제집을 풀면서 고전 같은 경우는 옛날에.. 고1 때 희망에 들떠 사 두었던 한샘 자습서를 통째로 외워버렸다. 고전 시조는 하루 만에 30분 걸려서 읽어보고.. 그런 식으로 반복하니까 고전에선 하나도 틀리는 게 없었다. 시도 마찬가지.. 독해는 기출문제가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외국어는 독해집을 통째로 외우면서.. 나름대로 요령을 익히고 우선순위 영단어 테이프 들으면서 거기 나온 단어를 다 외웠다. 듣기는 능률에서 나온 듣기 책을 하나 사서 한 달간 매일 세 번씩 들었다. 처음엔 막막했는데 수능 때는 다 귀에 들어왔다.^^


과탐은 기본 개념을 익히면서 삼수하던 친구한테 과탐 강의 테이프를 빌려서 들었다.
불어는 교과서와 자습서를 보며 기출문제집을 사서 공부했다.

모든 과목에서 기출 문제집을 다 풀어보고... 수능 5일 전.. 수능 시간표대로 컨디션 조절을 하려고 했지만.. 잠이 오질 않았다. 지금도 안 오는 잠이 그때라고 올 리가 있겠는가..ㅡㅡ; 잠자는 건 포기하고 누워서 깊은 호흡을 반복하면서 몸을 편하게 해 주려는 노력을 했다. 난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를 반복하면서.. 계속 내 잠재의식 속에 자신감을 새겨 넣어 주었다. 실패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난 성공할 것이다. 나의 수호천사가 날 지켜주고 인도해 줄 것이다. 나도 할 수 있다.

 

처음엔 나도 내 성공을 믿지 않았다. 시간은 너무 없었고 난 밑바닥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목표는 크게 잡고 싶었고. 일단은 그 목표를 바라보면서 공부했다. 내년이면 나도 과외를 하리라.. 그 돈으로 예쁜 옷도 사 입고 신촌을 활보해야지.. 옷을 팔지 않고.. 나도 이젠 사 입고 싶다고..... 이대로 모든 게 다 끝나버리면.. 내 청춘은 너무 불쌍했다.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까... 내년에 다시 하기엔 나이도 많지만.. 내 아버지는 내게 1년간의 독서실비와 교재값을 줄 수가 없었다. 그가 내게 돈을 준건 한 달이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이번에 실패하면 난 죽는다... 정말로 자살할지 알 수는 없지만.. 난 모든 의욕을 잃어버리고... 또다시 옷가게의 점원으로.. 아무 꿈도 없이.. 하루하루를 늙어갈 것이다..

 

뭔가를 이루고 싶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그래도 뭔가를 이루어 보고 싶었다. 대학에 못 간다고 해도... 이 시간.. 나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모두 지켰다.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을 것이고... 내가 스스로와 타협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난.. 나를 사랑하고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짧은 시간... 그렇지만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난.. 스스로를 대견해할 수 있었다.

 

가여운.. 아버지.. 어머니...

길지 않았지만 괴로웠던 내 삶.....

기도하고 또 기도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예수님은 40일간 광야에 계셨다. 그리고 지금 나도 광야에 있다. 그곳에서 온갖 유혹을 물리치며.. 싸우고 있는 것이다. ( 사실 내 종교는 기독교다.ㅡㅡ;; 절에 갔던 건.. 조용히 있을 곳이 없어서..ㅡㅡ;; 어쨌든.. 난 모든 종교가 다 의미 있다고 생각하니까..)

 

이곳은 고치였다. 내 독서실 작은 공간은 나비가 되기 위해 내가 만든 고치다..
여기서 나가는 날 난 나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문제가 많이 틀려도 포기하지 말자..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하니....

5일 단위로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매일 6점씩 올린다는 다짐을 하면서.. 오전에 2점.. 오후에 2점.. 저녁부터 밤까지 2점.. 그리고 노력했다.


시험날.. 아침 일찍 학교에 갔다. 빈 교실에서 난 기도를 드렸고.. 내게 힘을 주던 노래를 들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시험 시작.. 숨을 크게 들이쉬며... 내 머리는 맑아지고 난 다 맞을 것이다. 찍은 거라도 다 맞을 것이다.

마지막 제2외국어까지...

 

시험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
최선을 다했다. 지난 30여 일..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는다..

 

내 인생에서.. 무언가를 위해 그토록 내 모든 걸 다 바쳐 싸워본 적은 처음이었다. 연합고사 때와는 또 달랐다. 그땐 죽음을 각오하진 않았으니까.... 정말 이번에 난 매 순간순간 누가 내 목에 도끼를 들이대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문제를 다 못 풀면 네 목은 날아간다.... 그런 상상 속에서.. 난 해냈다. 실패한다 해도 후회하지 않으리라..


물론 좀 더 일찍 맘을 잡았다면.. 좋았겠지만.. 그 전의 한 달이 너무도 아쉬웠지만.. 지난 한 달로.. 난 날 용서했다. 내 환경도.. 지난 내 삶도.. 또 오빠의 어머니도.. 모두 다....

 

자신감 속에서 시험을 보고 나왔지만.. 나만 잘 본 게 아니었고..
그렇지만 절망하지 않고.. 논술 준비에 들어갔다.
장담할 수 없는 점수였지만 논술까지 합쳐지면.. 승산도 있으리라..

난 오빠와 동문이 되었다.


입학금을 마련 못해 쩔쩔매다.. 대출받아 등록하고.. 그 후에도 과외자리를 알아보며 미친 듯이 뛰어야 했지만.. 난 행복했다.
그리고 지금도 행복하다.

 

난 꿈꾸던 대로 신촌에서 대학 생활을 하고 있고..
그는 날 기다렸고.. 지금도.. 내 곁에 있다.

 

오수하는 친구를 도와주다 여기 들렀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아무것도 포기하지 말라는 것... 지극히 평범한 말.. 한마디뿐입니다.
사람이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이상한 힘도 솟아나곤 하니까요..
누가 내 목에 칼을 겨누고 있다. 이걸 다 하지 않으면 날 죽일 거다. 이런 각오로 해보시기를...


물론 전 실력뿐이 아니라 운도 많이 따랐습니다. 찍은 문제들도 많이 맞아주었고.. 몸을 혹사시켰는데도 정신은 이상하게 맑아 컨디션도 좋았습니다. 당일 컨디션에 따라 최고 30점까지 오르내리는 거 아시죠?


또 그해 시험도 쉬워서 중상위권들에겐 유리했었겠죠.. 물론 전 하위권이었지만요.
^^; 그렇지만 전 운도. 스스로의 노력으로 만드는 거라 생각해요.. 간절한 바람.. 기도... 처절함.. 다짐.. 이런 것들이.. 하늘에 닿아서.. 한 사람의 운을 변화시키는 거라 믿습니다. 배수진- 뒤에는 물뿐, 앞에는 적들.. 살기 위해서는 적을 맞아 승리해야 한다. 결국 한신은 이겼죠.. 불가능해 보이던 승리였는데요.


유충렬 전에 보면.. 인간 세계의 일에 하늘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뭐.. 이 내용과 큰 연관은 없는 고전입니다만..ㅡㅡ;; 지금 당신이 하는 일을 하늘이 지켜보고 있고.. 하늘의 힘이 미친 다는 걸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그리고 이제 인터넷을 끄고..
웃는 얼굴로.. 아니.. 스스로에 대한 떳떳함과 자부심에 눈물 흘리며 시험장에서 나오길 바랍니다.


안녕...  

 

[출처 : 과거 디시인사이드 수능 갤러리, 현재는 원본 글이 삭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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