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생으로 고3 현역, 재수, 삼수, 사수, 오수 이렇게 총 수능을 다섯 번 치루어 여러 명문대학에 합격하고 서울대 인문대학을 장학생으로 입학하신 분의 수기입니다. 노베이스 단기간 기적수기, 수능 레전드수기 등도 좋지만, 이렇게 다섯번씩이나 수능을 치고 결국은 해낸 수기도 정말 감동적이고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고3 현역과 군필 재수를 해봤기 때문에 더더욱 공감이 가는 수기입니다. 수능이 100일도 안남은 2022수능보다는 2023, 2024수능과 같이 1년 6개월 이상 남은 상황에서 참고하면 좋은 수기입니다.
1. intro
2012년 2월 2일 저녁,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어간 서울대학교 입학처.
많은 사람들이 저와 같이 기대를 품고 결과를 찾는 중인지 합격 결과를 나타내는 배너는 오랜 시간 응답이 없었습니다.
꽤 오랜 기다림 끝에 화면에 뜬 글자는 "합격"
5년간 정말 꿈에서나 그리고 그리던 서울대학교의 입학을 허가받는 순간이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고, 옆에서 같이 지켜봐 준 누나 역시 같이 소리를 지르며 순간의 기쁨을 최대로 만끽하였습니다.
바로 부모님께 드린 전화. 좋은 일은 바로 말하면 안 된다며 한 번 정도 속임을 주는 저희 집의 관례(?)대로 풀 죽은 연기를 하려 했으나 흥분되고 감격한 목소리는 숨길 수 없는지 어머님은 바로 알아채셨습니다.
"아들, 축하하고 너무 고맙다."
그러나 감사 인사를 드릴 쪽은 저였습니다.
5년간 4번의 실패 속에서도 묵묵히 뒷바라지를 해주시고 희망과 용기를 잃지 말라고 격려해 주신 존경스럽고 너무나 사랑하는 부모님. 그동안 너무 죄송스럽고 고마웠지만, 합격하고 마음껏 말씀드리기 위해 아껴두었던 감사 인사를 전화상으로나마 마음껏 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그동안 너무 죄송했고, 고마웠습니다. 다 부모님 덕분입니다. 대학 가서 더 열심히 잘 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날 밤 저는 그동안의 길고 길었던 수험생활을 반추해보며, 늦게서야 겨우 잠에 들 수 있었습니다.
2. 실패의 기억
지난 5년간 제게 겨울은 가혹한 시련의 계절이었습니다.
생각보다 낮은 수능 점수, 수험 기간 동안 잘못한 일에 대한 후회, 요행을 바라고 넣은 대학으로부터의 불합격 판정, 부모님께 대한 죄송스러움 등등..
돌이켜보면 당연하고, 이유가 있는 실패였지만 괜히 분해 하늘을 원망하고, 얄궂은 운명 탓을 하기도 했습니다.
재수 때 서울 소재의 중상위 대학을 합격했음에도 비교 내신으로 서울대를 노려 볼 수 있다는 생각에 3수를 했고, 여러 가지 이유로 실패를 한 뒤에 시작한 4수마저도 만족할 성적을 얻지 못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실패의 원인은 다음 장에서 다루겠습니다.)
하지만, SKY가 너무도 가고 싶어 상대적으로 수능 점수대가 낮은 서울대와 고려대의 체육교육과에 도전하고자 마음먹고 팔자에도 없던 운동을 했습니다.
몇 년간 앉아서 공부만 했던 터라 허리가 좋지 않았지만 꽤 열심히 준비했고, 나름의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가, 나, 다 군 모두 불합격이었습니다.
너무도 큰 충격이었고, 3수 실패했을 때의 충격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절망감이 온몸을 감싸왔습니다.
그때의 심정을 이해할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요.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고, 꿈이라면 제발 좀 깨라는 말을 몇 번이나 되뇌었던 것 같습니다. 웃긴 얘기지만 tv를 보면 나오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명문대는 아니라도 남들 갈 때 다 같이 대학에 가고, 군대를 전역해서 연애도 하고, 여행도 가고, 친구들과 추억도 쌓고... 제게는 이미 많이 멀어져 버린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궤적..
사람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20대 초반이
아무 성과 없이 물거품처럼 스러진 것에 대한 안타까움..
제게는 선택할 선지가 몇 가지 없었습니다. 군대를 가느냐, 1년 더 하느냐, 아니면 대학을 포기하고 일을 하느냐..
그 당시 전 닥치는 대로 책을 읽거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빈 종이에 끄적거리곤 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실패한 이유를 적어보자.
하나하나 적다 보니 정말 많은 문제점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3. 나의 실패 원인 찾기
사람은 누구나 약점 혹은 문제점을 가집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얼마나 잘 극복해 내는가에 따라 개인 간의 성적 혹은 길게는 미래의 성공 여부까지 엄청난 차이가 생깁니다.
따라서 항상 자신을 반성하고, 목표를 달성하는데 문제 될 것은 없는가를 따져보는 것은 성공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를 극복하는 데는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때 환부만 살피는 것이 아니라, 그 환자의 생활 습관이나 병력 등 병의 원인이 될만한 것을 우선적으로 물어본 후 처방을 내리는 것과 마찬가지이죠.
제가 생각한 실패의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⑴ 목표를 잘못 설정했다.
⑵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고, 실천력도 없었다
- 언젠가부터 귀찮다는 이유로 계획을 세우지 않았고, 손에 잡히는 대로 공부하였다. 결국 비 능률적인 학습과 과목별
밸런스 조절 실패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⑶ 나를 이기지 못하고, 타협의 대상으로 삼았다.
- 힘들다는 핑계 잘못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공부할 때는 공부하고, 놀 땐 놀아야 한다는 핑계로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불안할 때는 단지 모의고사 점수로 위안을 삼으며 실력도 없으면서 수능은 대박 나겠지 하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⑷ 반성을 하지 못하고, 합리화만 했다.
- 잘못한 행동에 대해서 뼈저리게 후회하고 반성해야 했는데, 그저 자기 합리화에 급급했다.
⑸ 친구
- 수험생활에 있어서 가장 큰 적을 알지 못하고, 시간 날 때마다 친구들과 어울렸다.
⑹ 게으름, 실천력 부족
- 수학 단원 정리해보자!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느 정도 하다가 양도 너무 많고, 하면 도움이 될까 싶은 생각에 어느 정도
하다가 접어버렸다. 체계적인 정리로 내 것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했는데..
⑺ 잠
- 잠을 이기지 못했다. 정말 평소에 졸음이 많이 왔고, 결과적으로 공부시간 감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⑻ 컴퓨터, TV
- 집에 가면 바로 TV나 컴퓨터부터 켰다. 결국 늦게까지 자지 못하고, 다음날 잠에 취하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⑼ 복습을 하지 않은 것
- 수업을 듣고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는데, 그저 귀찮고, 복습할 시간에 1문제 더 풀지 하는 미련한 생각으로 복습을 하지 않았다.
⑽ 공부와 관련되지 않은 모든 것에 기울인 관심과 행동들.
제가 실패 원인이라고 꼽은 것은 어떻게 보면 저의 나쁜 근성, 못된 습관으로 앞으로 인생에 있어서도‘성공’이라는 2글자와 친해지기 위해선 반드시 작별해야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이런 것들을 안고서 서울대라는 대학을 목표로 삼았던
나 자신이 부끄럽기까지 하였습니다.
이에 전 단순히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제 인생의 성공을 위해 모든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마지막으로 1년 더 도전해보기로 결심하고
부모님의 허락을 받은 뒤, 2월 3일 산속 고시원에 들어가 수도승이 산속 암자에서 수행을 하듯 5수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4. 올바른 목표를 설정하기.
목표 없는 삶은 방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정한 목표를 설정하고 살아가죠.
하지만 그 목표가 너무 추상적이거나 허무맹랑하다면 혹은, 방향 설정이 잘못되어 올바른 행동을 유인하지 못한다면 목표 설정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실패한 원인 중에 첫 번째로 꼽은 것이 목표를 잘못 설정한 것입니다.
저는 실패 당시 전 과목 1등급 정도만 맞으면 웬만하면 들어갈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했습니다. 또한 모의고사 쳐서 잘 나오면 제가 잘 하고 있는 줄 알았고요.
하지만 실제로 올 1등급이 나온다 해도 서울대학교는커녕 연고대도 입학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제가 현역일 때는 등급제였으므로 등급이 중요했지만,
그다음 연도부터 표준 점수제로 바뀐 이후 각 영역의 득점에 등급 내의 차이가 생김으로써 원점수가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2012학년 수능을 준비하면서 세운 첫 번째 목표는 전 영역 만점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다음 장에서 100점을 위한 공부와 1등급을 위한 공부의 차이점을 말씀드리겠지만, 이 목표는 제 수험생활에 매우 큰 차이를 가져왔습니다.
두 번째로 세운 목표는 수능 전날 '이 정도면 됐다. 나는 서울대에 입학할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다'라는 생각을 절로 들게끔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 아버지께서는 '올해는 할아버지를 감동시켜라'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부모님이나 주변의 사람들의 눈을 속이고
열심히 하는 척은 할 수 있지만,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만족하시도록 하는 것은 실제로 열심히 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합니다.
바꾸어 말하면 이는 제 자신을 감동시키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제가 무슨 일을 하고 마음가짐이 어떤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능 전날엔 항상 1년간 한 일 중 잘못한 일이 눈에 선명하게 떠올랐고, 불안감을 증폭시켰습니다.
또한 뭔가 부족한 것이 느껴졌고, 스스로에 불만족한 상태로 시험을 치다 보니 원하는 성적을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 자신을 감동시킨다는 것은 제가 세운 목표를 향해 후회 없이 내달릴 때 가능합니다. 따라서 제 자신만 감동시킬 정도로 한다면 결과는 반드시 따라올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5. 100점을 위한 공부란?
우선 제가 이전에 목표로 삼았었던 1등급을 위한 공부에 대해 알아보자면,
- 1등급을 위한 공부란
① 시험의 난이도를 평가하고, 문제의 질을 신경 씁니다.
② 1등급, 2등급 커트라인에 얽매어 있습니다.
③ 1등급에 속하면 안심하고 ->자만하고 ->태만해집니다
④ 만일 100점이라도 맞으면? 게임 끝난 줄 압니다. '이 정도면 수능도
잘 칠 거야'
⑤ 문제를 감으로 풉니다.
⑥ 답을 맞히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⑦ 틀린 문제는 별표치고 1번 정도 다시 봐주면 됩니다.
- 하지만 100점을 위한 공부는 다릅니다.
① 시험의 난이도나 문제의 질을 신경 쓰지 않습니다.
-> 오직 내가 아느냐 모르느냐가 중요할 뿐입니다.
② 1등급 커트라인 따윈 관심 없습니다. 모의고사 100점도 관심 없습니다. 오직 원하는 것은 수능시험의 100점짜리 성적표입니다.
③ 100점을 맞더라도 모르는 것을 찾는데 주력합니다.->모르는 것이 있다면? 무조건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④ 모의고사는 단지 실전 감각을 익히고, 내가 모르는 부분을 집어주기 위해
존재할 뿐입니다.
⑤ 문제를 근거를 통해 풉니다
-> 감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오직 객관적 근거와 증명 과정을 통해 답을 ‘도출’ 합니다.
⑥ 틀린 문제는 내 것이 될 때까지 5번이고 10번이고 반복합니다. 틀린 문제는 나를 강하게 만듭니다.
결국, 1등급을 위한 공부는 100점까지는 바라지도 않아서 100점은 이룰 수 없는 꿈일 뿐이죠. 또한 진정한 실력 향상을 가져다주지 못해 당연히 시험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게 하지 못합니다.
(모의고사에선 1~2등급 찍다가 수능날 3~4등급으로 추락하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진정한 실력의 배양이 되지 못한 데서 기인합니다.)
하지만, 100점을 위한 공부는 120점의 실력을 배양하게 만들고, 100점에 수렴하는 결과를 가져다줍니다.
성공은 100점을 위한 공부를 할 때만이 얻을 수 있는 결과물입니다.
100점을 위한 공부는 쉽게 말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고, 하나라도 더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아등바등 몸부림치는 것입니다.
6. 100점을 위한 공부를 위해 : 100점을 위한 마인드 확립
- 100점을 위해서는 모르는 것을 모두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모르는 것을 전부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와 시간, 노력과 반복 학습이 요구됩니다.
그러다 보니
엄청난 학습량을 필요로 하게 되고 이로 인해 시간 부족을 느낍니다. 그러므로 자연히 공부 가능 시간을 늘리는데 주력하게 되는 것입니다.
공부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공부에 관련되지 않는 일은 하지 않게 됩니다. 이런 과정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면서 몸에 체화되면 공부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합니다.
- 이런 공부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해 보이지만, 실천은 힘들어 보입니다. 저 또한 많은 수기들을 봤고,
공부에 미쳐본 사람들의 증언을 '감상'만 했지 실천한 적이 없었기에 제가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해왔습니다.
대단한 사람들의 모습과 제 모습의 괴리가 너무 심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제가 이런 생각을 하고 실제로 공부를 하게 된 과정은 정말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습니다.
개략적으로 과정을 써 본다면,
① 올해는 수능 전 영역 만점을 받자는 목표를 세웠다.
② 기본 생활계획, 생활수칙, 하지 말아야 할 것, 내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 등을 정했다
③ 나에게 부족한 부분과 그것을 보충하기 위한 강의를 정하고, 그것을 가장 효율적으로 듣고, 내 것으로 만들 방법을 연구하였다.
④ 생활계획과, 생활수칙에 따라 생활하고, 고칠 부분을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반성했다.
⑤ 생활 부분에 있어 비효율적인 부분을 고치고, 나에게 가장 알맞은 공부시간대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생활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⑥ 어느 정도 체계가 잡히기 시작하면 1차로 1주일간 생활패턴과 시간별 공부 과목을 정해서 계획표를 작성한 뒤, 책상 옆에 붙이고 매일의 계획의 지침서로 삼았다.
⑦ 계획에 따라 매일매일 기계처럼 정해진 시간에 맞춰 생활을 했다. 그 과정에서 또 문제가 생기거나 고쳐야 할 점이
생기면 반드시 다이어리에 기록하고, 계획을 조금씩 수정하였다.
⑧ 어느 정도 공부의 탄력이 붙기 시작하고, 어느샌가 내가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을 문득하게 된다. 작년과 비교를 해보고 내가 잘 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진다.
⑨ 주변에서도 나를 인정하고, 방해를 하던 사람이 스스로 나를 피하기 시작한다.
⑩ 100점에 대한 확신이 생기고, 그것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한다.
⑪ 힘들다는 생각,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는 목표를 달성했을 때를 생각하고, 그것으로 인해 내가 얻을 것을 생각하며
그러기 위해 내가 할 것은 결국 ‘지금’ 공부하는 것 밖에 없다는 결론을 얻고 다시 펜을 잡는다.
⑫ 시간이 빨리 간다는 것을 느낀다.
⑬ 절대로 만족하거나 자만하지 않고, 계속 문제점을 찾고, 더 효율적인 방법을 모색한다.
100점을 위한 공부가 이런 것이다!라고 하면서 그것을 강요하고,
하루 17시간 공부를 꼭 해야 된다고 말해봤자 그렇게 하지도 못할뿐더러 말도 안 되게 힘들고, 금방 지치고 말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조금씩 실천해보고, 긍정적 경험이 쌓여 조금씩 얻게 되는 성취감에 취해본다면, 또 그 성취감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고 최상의 생활 메커니즘을 확립한다면 소위 공부에 미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7. 자신만의 최적의 생활 메커니즘 확립
수험생활에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교재나 좋은 공부 방법, 좋은 정보가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최대한의 공부 시간이고, 자신만의 최적의 생활 메커니즘을 확립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을 하기 전에 앞에서 말한 뚜렷한 목표와 확실한 마인드를 갖추는 것은 당연하며, 그것들이 없다면 생활 매커니즘을 확립하고, 그에 따라 꾸준히 생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100점을 위한 공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고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이전의 것을 확인하고, 정리하며, 다시 문제를 풀고 복습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같은 진도라도 2배 이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을 이제서야 이해한 것입니다.)
따라서 공부시간을 늘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공부시간 늘리는 것은 간단합니다. 놀 시간을 줄이고, 딴짓하는 시간을 줄이고, 이동하는 시간이나 밥 먹는 시간이나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시간 외에 모든 시간을 공부에 투자하면 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을 처음에 생각하면 너무 답답하고, 못할 것 같고, 힘들 것 같지만 익숙해지면 전혀 힘들지 않습니다.
이 익숙해진다는 것은 자신만의 최적의 생활 메커니즘을 찾았다는 의미입니다.
최적의 생활 메커니즘의 확립은 취침시간, 기상시간, 공부시간, 식사시간, 반성 시간, 운동시간까지 생활의 모든 것에 대해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시간대와 소요 시간을 결정하고, 그에 맞는 생활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며 거기에 익숙하고 편해질 때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 엄격한 생활 수칙과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은 이를 위해 필수적입니다.
참고로 제 수험생활의 가장 핵심은 계획표였다고 생각합니다. 계획표는 제 공부 여정의 기록이자 지침이며, 선생이자 친구였습니다.
저의 많은 것을 계획표에 기록했고, 그것을 통해 저를 더욱 잘 알게 되었습니다. 제 가능성 역시 계획표를 작성하고 실천하면서 확인하였고, 자신감과 성공의 확신 역시 계획표로부터 얻었습니다.
경험상 단순히 하루에 자신이 할 과업을 몇 가지 적어 놓고 실행하면 체크하는 정도의 계획은 효과와 지속성이 떨어집니다.
제 경우 시간 계획표를 통해 몇 시부터 몇 시는 무엇을 하고, 그다음에는 무엇을 할지를 모두 정해 놓았습니다.
또한 구체적인 사항들을 전날에 시간순으로 만들어 놓은 계획표에 적어 행동 사항을 모두 체크하고 반성했습니다.
이렇기 시간을 정해놓고 그대로 빡빡하게 사는 것은 역설적이지만 고된 수험생활을 편하게 보내는 좋은 방법입니다.
일종의 공부하는 기계가 되는 것입니다.
기계처럼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행동을 하고, 정해진 과업을 실행하는 것은 익숙해지면 정말 편합니다.
무엇보다 시간이 너무도 빨리 갑니다. 2,3달이 훅훅 지나갑니다. 하지만 그동안 뭘 했나 싶어 앞과 옆을 살펴보면 빽빽이 적힌 필기노트들과 연습장, 제가 공부한 흔적들이 놀라울 정도로 쌓여있죠.
같은 생활 그것도 빡빡하고 고된 생활 패턴을 유지하는 것은 처음에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편해지고 싶고, 게을러지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성공적인 수험 생활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내야 하는 것입니다. 반드시 해내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하세요.
인간은 적응의 동물입니다. 2주 정도면 됩니다. 자연스럽게 한 단계 한 단계 밟아 가면서 나아가면 됩니다.
8. 고시원 생활의 tip
개인적으로 산속 고시원은 수험생활을 하는데 정말 최적의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많은 곳에서 수험생활을 해봤지만, 위에서 말한 모든 것을 실천할 수만 있다면 고시원만큼 좋은 환경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경제적 메리트는 차치하더라도, 동선이 짧아 쓸 데 없는 시간 낭비가 없고, 하루 3끼 충분한 영양이 공급되며, 훌륭한 독서실과 독학 재수할 때는 느끼기 힘든 경쟁적인 공부 분위기, 한 달에 1번 이상 모의고사를 칠 수 있는 동아리실 (제 경우 주변의 수능생에게 말을 걸어 같이 모의고사를 쳤습니다.),
좋은 물과 공기, 머리 식히기에 딱 좋은 조깅 코스, 놀 데 없고 친구 없고 혹하는 이성이 없는 등 공부 외적으로 신경 쓸 것이 하나도 없는!
모든 재수 테크에 대해 많은 부분에서 비교 우위를 지니고 있는 곳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좋은 환경의 산속 고시원에서 성공하는 사람이 많나요? 분명 그렇진 않습니다.
제가 본 실패 사례들을 말씀드리죠.
사례 1. 고시원에서 많은 사람들을 사귀고, 친해져 엉뚱한 곳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
--> 아무래도 산속에서 친구 하나 없이 외롭다 보니 주변의 동무(?) 들에 눈이 가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비슷한 목적으로 공부를 하러 와
공통점이 많다 보니 급속도로 친해지게 되고, 그 관계를 쉽게 깨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생활 패턴을 잃어버리는 경우를 참 많이 보았습니다.
특히 정해진 시간 계획대로 생활한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잠깐 휴게실에서 이야기한다는 것이 2~3시간 훌쩍 보내다가 하루에 세운 공부 계획을 실천하지 못하고, 그날을 망쳐버릴 수 있습니다. 또한, 식사 시간 후에 잠깐 산책한다는 것이 1시간 이상 훅훅 나라가 버린다면,
잠깐 휴게실에서 야식 먹으려다 TV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면..
공부시간을 확보하기 좋은 산속 고시원의 메리트가 곧 증발해버리는 것이죠. 무서운 점은 그렇게 보낸 시간이 그다지 치명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정말 위험합니다.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 절대 친구를 깊게 사귀려고 하지 마십시오. 또한 자신의 생활을 방해하는 사람은 냉정하게 멀리하세요. 외로워서 밥같이 먹는 것도 좋지만,
그 시간에 전 혼자 밥 먹으며 단어를 외웠습니다(제가 있을 때는 혼자 밥 먹으며 단어 공부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물론 모의고사같이 칠 정도로 안면을 트는 것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거리를 두세요.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수능 끝난 후에 성공해서 친해지면 됩니다. (대개 수험생활을 같이하며 아무리 친하게 지낸 사이라도 실패하게 되면 멀어지게 되더라고요)
사례 2. 생활이 불규칙하고, 늦잠을 자고 늘어지는 경우
--> 사실 고시원에 들어와 그 초심이 반짝반짝 유지되는 기간은 길게 잡아야 3개월입니다.(대개 1~2달이면 생활에 적응이 되어 풀려버리죠)
긴장감이 풀리면 늦잠을 자게 되고, 저녁엔 눈이 반짝반짝하여 늦게까지 잠을 못 이루다가 또 늦잠을 자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몇 번 늘어지게 되면 걷잡을 수없이 생활이 망가집니다. 한 일주일 나태하게 생활하다가 하루 이틀 정도 반짝 정신 차렸다가 다시 슬금슬금 풀립니다.
그런 상태에 빠지면 정말 힘들어집니다. 산속 고시원의 최대 단점은 옆에서 잡아주는 사람이 없으니 자기 관리에 실패할 경우
수험생활의 성공 역시 불가능해진다는 점입니다.
--> 위에서 말했듯이 최적의 생활 메커니즘을 확립하고, 시간 계획표 대로 생활해야 합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행동을 하고 있어야 합니다.
또한 매일 반성해야 합니다. 일기 쓰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일기를 통해 하루를 반성하고 고칠 점을 적으며 개선할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만의 최적의 수면시간을 잡아서 매일 같은 시간에 잠에 들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기상시간이 아니라 취침시간입니다! 제가 최적의 수면 시간을 잡는 것은 약 2주 정도가 걸렸는데, 다양한 시간에 잠에 들어보고 기상시간을
기록한 뒤 그날의 컨디션을 기록했습니다. 그렇게 나온 기록 중 가장 괜찮다 싶은 시간대를 잡아 며칠 연속으로 취침을 시도한 뒤 이거다 싶으면
수능 전날까지 계속 그 취침시간을 유지합니다. 참고로 제 최적의 취침시간은 11시 30분 ~ 40분이었는데 40분을 지나면 거짓말같이 잠이 안 오고, 1시간 이상 뒤척이게 되더라고요. 따라서 반드시 11시 30분에 침대에 누워야 했습니다.
독서실에서 공부하신다면 몇 명의 타깃을 정하는 것도 좋습니다. 자리에서 덜 일어나기 혹은 일찍 나오기 경쟁을 하는 것입니다.
제가 한창 공부가 되지 않을 때 제 옆자리의 학생과 무언의 경쟁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고 서로를 인정하며 좋은 사이가 되었습니다.
사례 3. 인터넷, 영화, tv, 스마트폰 등에 빠지는 경우
-->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실망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례 2와 사례 3의 콤비네이션에 의해 망합니다.
머리를 식힌다는 이유로 한 번씩 보다가 혹은 원래의 습관을 끊지 못해 인터넷, 영화 등에 빠지게 되는데 말도 안 됩니다. 자신을 위한 선물?
그런 거 좋지 않습니다. 수능 끝나면 질릴 만큼 볼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인터넷 중독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눈 딱 감고 극복해보려 했고,
어느 정도 절제하며 비참한 사례 3의 남자 n 호가 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을 들고 와서는 안됩니다. 방에 컴퓨터가 있는데 성공한 사례는 고시원 내에서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고시원에 검색실과 인터넷 강의실이 있으니 신청해서 들으면 되고, 인터넷 강의는 PMP를 이용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영화나 TV프로그램 등 역시 금물입니다. 만일 몇 번 보았는데, 끊지 못하겠다 그러면 각서를 쓰십시오. 이거 하면 수능 100% 망한다.
각서 쓰고 피도장 딱! 각서는 꽤 유용한 방법입니다.
또, 스마트폰 가져가지 마세요. 연락 다 끊는 게 상책입니다. 가끔 부모님께 연락은 공중전화로 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공부하는데 스마트폰은
절대 필요가 없습니다.
사례 4. 외로움, 우울함 등 내적 요인으로 인해 슬럼프가 오는 경우
--> 우선 이러한 원인은 사례1로 빠지는 강력한 원인입니다. 하지만, 외부 교류를 간신히 차단했다 하더라도 공허한 마음을 채우지 못해 더 좋지 않은 상태로 빠질 수도 있습니다. 적절한 스트레스 해결 방법이 필요합니다.
--> 하루에 50분 ~ 1시간 정도 운동을 하는 것은 꽤 좋습니다. 막판에 체력이 달리는 것을 대비하기 위함도 있지만, 운동을 통해 활력을 기르는 것은
외로움이나 우울함을 막는 강력한 처방약입니다. 체력 단련실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것도 좋고, 주변 조깅 코스를 돌면서 가끔 소리를 지르는 것도
좋습니다. 활력을 유지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또한, 절대 과거나 현재에 관한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말고, 성공했을 때의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며 흐뭇한 공상에 젖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공상이 지나쳐 공부시간을 잡아먹는다면 문제가 있지만 힘들 때 가끔 그런 생각 하는 것은 엔돌핀을 돌게 합니다.
일기를 쓰는 것 역시 괜찮은 방법입니다. 자신과 대화를 하며 스스로에게 용기와 희망을 북돋는 말을 듬뿍해주세요. 일기의 마지막은 항상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말로 마무리 지으시고요^^ 그리고, 슬럼프가 왔을 때 수험생활 초기에 적었던 일기들이 정말 많은 도움을 주더군요.
다이어리에 유머나 읽고 싶은 책, 수능 끝나고 하고 싶은 것 등을 수시로 적는 것도 좋습니다. 가끔 인강 선생님들이 던지시는 소스를 놓치지 말고
차곡차곡 모으고, 힘들 때 한 번씩 보면서 재충전하는 것입니다.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과 저 만의 대비책(?)을 적어 보았습니다. 물론 고시원 생활에 주의해야 할 점이 이것 이외에 더 많겠지만, 이런 주의사항에 대해
제가 그랬듯 스스로 대비책을 만들어보고 극복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계속 뚜렷한 목표의식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없다면 귀찮게 힘든 생활을 지속할 이유가 없으며 문제를 극복할 에너지가 샘솟지 않기 때문입니다.
호연지기를 길러보세요. 어떤 상황에서도 의기 당당한 활동이 가능하도록 자신을 키우십시오. 세세한 것에 신경 쓰고, 스트레스를 느끼면 그 피해는 모두
자신이 받는 것입니다. 작은 것에 집착하지 말고 큰 목표만 신경 쓰고 그것을 위한 발걸음만을 내딛는 것이 중요합니다.
9. 스스로를 감동시켰기에..
수능 전날 그동안 쌓인 계획표들을 쭉 훑어보면서 지난 1년간의 시간들을 감상해보았습니다. 제 한계를 극복한 느낌이었고, 힘든 시간을 꿋꿋이 이겨낸 자신이 자랑스러웠습니다.
분명 후회 없는 수험생활이었고, 남은 것은 하늘에 운명을 맡기는 것이었습니다.
몇 년의 재수를 했지만 처음으로 너무나 만족스럽고 편안한 상태로 잠에 들었고, 다음날의 컨디션 역시 최상이었습니다.
수험장에 들어서자 역시 떨리는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제 자신을 믿기로 했고, 무난히 시험을 마쳤습니다.
가채점 결과 언어에서 1문제를 틀렸고, 사탐에서 몇 문제를 틀렸습니다. 비록 목표였던 전 과목 만점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유료 입시기관의 분석 결과 문과 전국 0.08%대로 분명 꿈에 그리던 성적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문과 최상위 대학인 서울대학교에 당당히 장학생으로 입학을 했고,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우선 선발, 세명대학교 한의대(한의과대학) 최초 합격을 이루 냈습니다.
돌이켜보면 전 정말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머리가 특별히 좋은 것도 아니고, 의지도 약한 편에 놀기 좋아하고 유혹에 약한 한심한 부모님 등골 브레이커였죠.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런 제가 극적인 변화를 이루어 냈다는 사실입니다. 타고난 것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노력은 그것을 극복할 수 있게 합니다.
너무나도 상투적이고 당연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실입니다.
많은 수험생들이 명문대 진학을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진정 올바른 목표를 갖고 자신을 변화시켜가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저 같은 사람이 성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단연코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저와 같은 혹은 그 이상의 과정과 결과를 이루어낼 가능성이 분명 있습니다.
아니 그 가능성의 크기는 훨씬 클 수도 있습니다. 조금씩 실천하고 자신을 바꾸어 보세요.
당신 또한 멋진 합격수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계속해서 자신을 채찍질하고 반성하며 후회 없는 승부를 펼친다면 원하는 결과는 분명 하늘이 가져다줄 것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팔음산고시원에서 공부하는 모든 수험생들 꼭 합격하여 꿈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출처 : 팔음산고시원 서울대학교 합격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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