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가 21개월 (2011년 군번, 1년 9개월) 동안 복무했던 군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요즘은 채널A 강철부대와 같이 특수부대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많지만, 5~6년 전쯤까지는 진짜사나이가 인기였죠. 호불호가 있는 프로그램이었지만 저는 꽤 재밌게 봤어요. 그래서 지금도 심심하면 유튜브 등에서 진짜사나이나 옛날 푸른거탑을 찾아서 보고 있지요. 10년 전 이맘때 한참 고생하는 일병일 때는 시간이 진~짜 안 갔는데, 지금은 주변 친구들이 육군, 공군 장교 대위, 부사관 중사 등 장기복무로 직업군인을 하고 있는 거 보면 참 시간이 빨리 가는구나 생각해봅니다. (그 당시 중대장 나이가 지금 제 나이네요... ㅠㅠ)
이번에 소개할 81mm 박격포는 육군에서 4대 꿀보직으로 아주아주 유명한 주특기중 하나입니다. 육군 4대 꿀보직으로는 155mm 견인포, 81mm 박격포, 90mm 무반동총, 장간교 조립 공병이 있는데 이 4개의 주특기 중 하나의 보직을 받는다면?? 육군에서의 최고의 꿀을 맛볼 수 있습니다. 너무 X같아서 X나 힘들어서 정말 달콤한 꿀이 입에서 흘러나와요. 꿀이 나오는 육군 주특기 4대장 (육군뿐만 아니라 해병대도 마찬가지) 중 하나인, 제가 1년 9개월간 복무했던 81mm 박격포병에 대한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81mm 박격포 제원과 특징
KM29A1 제원 : 포다리 18kg, 포신 13kg, 포판 11.5kg (제가 썼던 구형)
KM187 제원 : 포다리 12kg, 포신 15.5kg, 포판 14.5kg (요즘 신형)
사거리 KM29A1 : 70 ~ 4700m / KM187 최대 6400m
인원 구성 : 최소 4명 (포수, 부포수, 1번 탄약수, 2번 탄약수) + FDC (계산병) + OP (관측병) + 통솔 간부(부사관, 장교)
(원래는 3번 탄약수까지 5명인데, 1번 탄약수가 포판을 박고 1번, 2번 탄약수가 일을 두 번 하면 4명, 1팀으로 구성 가능)
81mm 주특기가 (꿀이 입에서 나올 정도로) 힘든 이유
흔히 어떤 일이든 물체가 무거울수록 힘이 든다고 알고 있지요. 그렇다면 81mm의 경우 60mm 박격포보단 힘들겠지만 4.2인치(105mm 혹은 120mm) 박격포보다는 덜 힘들 거라고 생각할 겁니다. 4.2인치 박격포의 경우 실제 방열(박격포 셋팅) 훈련이 더 힘든 건 사실이죠. 그렇기 때문에 4.2인치의 경우 차량을 100% 지원합니다. 그래서 4.2인치를 들고 행군을 한다던가 걸어 다니지는 않습니다(만약 그런 가혹한 훈련을 시킨다면 9시 뉴스 전면에 공개될 것입니다) 하지만 중대급 지원화기 '보병'(중요합니다. 강조)의 최고 화력인 81mm 박격포는 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작전이나 훈련 진행 중에는 81mm 박격포가 그렇게 힘들지 않습니다. 소총수에 비하면 왔다 갔다 이동량도 적으며, 자리를 잡고 포 방열해서 깔아놓고 명령이 있을 때까지 대기하면 되거든요. 그렇지만 문제는 행군이나 이동을 하면서, 또 자리를 잡고 박격포를 방렬(차려포)을 하는 과정이... 미쳤습니다(!!) 이건 미쳤어요. 그래도 뭐 박격포 방렬이야 포판을 넣을 수 있게 야전삽으로 땅 잘 까고(나라시 깐다고 하죠), 삽질하고 곡괭이질 하면 된다고 치지만(물론 땅의 상태에 따라서 이 과정도 몇십 분~수시간이 걸립니다), 81mm 박격포의 꽃 훈련 간 이동 상황은 지금 생각해도 무서울 정도입니다.
81mm 박격포는 '보병' 최고 화력이기 때문에 4.2인치 박격포와 다르게 이동할 때, 손으로 다 들고 갑니다. 포다리, 포신, 포판, 겨낭대, 가늠자 가방, 부수기재 등... 온갖 걸 다 들고 가요. 에이~ 엄살도 심하시네 저 위에 무게 보니까 별로 안 무거운데? 차라리 군장 드는 게 나은데? 하시는 분 있죠? 저 위에 것들을 다 들고 가는데, 군장 또한(!?) 같이 들고 갑니다. 군장, 소총, 방독면, 단독군장 다 들고 간 상태에서 박격포 부품, 부수 기재도 같이 드는 겁니다. 그래서 국방부, 육군에선 도수 운반이 가능한 최고의 가성비 무기라고 하는 겁니다.
도수 운반 가성비 좋죠. 소총'처럼' 들고 다닐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 무기에요. 근데 문제는 그걸 '우리 81mm 보직을 받은 장병들'이 해야 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전부 다~들어요. 물론 차량 지원을 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없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4.2인치 차량 지원이 100% 라면 81mm 박격포는 20%도 안됩니다. 나머지 80%는 얄짤없이 손으로 무겁게 들어야 해요. 박격포 부품을 장병들이 나눠서, 군장과 함께 산이든 바다든 들판이든 들고 나릅니다. 지형이 평지라면 정~말 좋겠지만, 험한 지형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제 후임 중에선 81mm 박격포 + 군장을 들다가 넘어져 허리 디스크가 생겨 불명예 전역을 한 경우도 있지요.
81mm는 다른 거보다 들고 다니며 훈련하는 그 자체가 너무 힘듭니다. 에이~ 그래도 100KM 행군이나 각 훈련 간 마무리 행군 때는 일반 병사보다 편한데? 군장은 20~40kg인데 가장 무거운 포다리도 18kg밖에 안되잖아? 할 수 있겠는데 이 부분은 진리의 케바케인 거 같아요. 제가 복무했던 부대는 이상하게 행군할 때만 차량 지원을 해줘요. 박격포를 싣고 갈 수 있게요. 근데 '사람'은 타지 못합니다. 81mm 박격포병은 얄짤없이 군장 매고 행군해요 50km 행군이든 유격, 혹한기 복귀 행군이든 말이죠. (다른 부대는 군장 대신 위 사진 같은 포 군장만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81mm 박격포가 가장 빛을 발할 때는 전투준비태세 데프콘2 Fast Pace 화스트페이스를 할 때입니다. 파스트페이스란 거의 준 전시 태세를 준비하는 상황을 의미하며, 가장 큰 상황의 훈련이에요. 마치 이삿짐을 아주 빠르고 신속하게(!) 관물대의 물건, 방독면, 소총, 군장, 비밀문서 등 모든 물건을 비우고 전시에 징집되는 예비군을 위한 동원훈련 물자까지도 연병장에 배치를 해야 하는 훈련, 심지어 81mm 박격포는 기본적으로 편제된 박격포 부품 포함 2~3개 셋트에 예비군용 박격포 6~7세트까지 모두 연병장에 배치를 해야 하는 지옥의 훈련이죠. 물론 훈련이 끝나면 전부다 원래대로 원위치를 해야 합니다... (전부 당일에 해야 하죠.)
그 외에 편제는 보병이기 때문에 소총 소대, 소총 중대가 휴가자가 많거나 기타 사정으로 부족한 경우에도 박격포병이 소총병 임무나 근무를 땜빵을 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5분 대기조라던가 등등 소총수만큼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종종 데타로 하기도 했어요. 주특기 교육 또한 마찬가지죠. 소총수, 보병 교육, 병기본을 숙지하는 건 물론이고, 여기에 81mm 주특기까지도 다 배워야 합니다. 포수, 부포수, 1번 탄약수, 2번 탄약수, 계산병(FDC), 관측병(OP) 각 직책별 해야 할 일이나 진행 방법 등에 대해서도 전부 다 알아야 하지요. (제가 복무할 때는 이등병, 일병이 탄약수뿐만 아니라 포수, 부포수, 계산병, 관측병 임무까지도 다 알아야 했어요)
2022년 요즘은 군 장병도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기에 군대 부조리도 많이 줄어서 이전에 제가 했던 군생활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불과 10년 전에는 주특기나 병기본에 대해 톳씨 하나라도 틀리게 암기하면 약간의 구타, 갈굼, 얼차려를 받았어요. 조사하나 토씨 하나라도 틀리지 않게 열심히 외웠죠. 거기다가 배워야 할게 2배, 3배니까 일과시간 끝나고도 열심히 암기했던 거 같아요. 일병쯤 되면 줄줄 읊을 수 있을 정도로 외웠어요. 차려포 7단계가 무엇인지, 계산병이 어떻게 6400밀(각도의 일종)을 이용해서 계산을 하는지, OP병이 어떻게 관측을 하는지 등등 정말 많네요.
이렇게 군대 관련 포스팅을 마칩니다. 원래는 한 5년 전에 81mm 박격포 주특기 썰을 쓰고 싶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지금까지 왔네요. 5년 전에는 그래도 81mm 박격포의 이런저런 것들이 기억이 났는데 민방위 1년 차인 지금은 많이 까먹었다는 게 아쉽네요. 과거에는 군대를 절대 추억하지 않았던 거 같은데, 지금은 그때의 감정이나 기분이 그립기도 합니다. 81mm 박격포 보직을 받으신 용사님들, 고생하십쇼! 그리고 지금도 나라를 지키고 계실 현역 군인분들 모두 화이팅입니다. 그대들이 있어서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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