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썼던 2022년 JLPT N1에 대한 포스팅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JLPT 시험도 끝난 겸 일본어 능력시험 JLPT의 N5부터 N4, N3, N2, N1까지의 수준 차이에 대해 포스팅해보고자 합니다. 저도 중간의 공백기가 길었지만 (아르바이트, 직장생활, 군대, 수능준비 등 일본어에 전혀 손을 안 쓴 시기) 그래도 도합 10년 이상 일본어를 시작하고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해요. 이제 일본어를 시작하는 혹은 다시 시작하는 분들에게 이 글로 JLPT 급수별 난이도에 대해 감이 잡혔으면 좋겠습니다.
JLPT N5
수준 : 노베이스 ~ 일본어 초급
한자/단어량 : 100자, 700 단어
공부시간 : 누적 100시간 이상
(노베이스에서 하루 1시간 매일 공부시 3개월 소요)
활용도 : 여행 시 아주 간단한 의사표현
(일본인 유치원생 수준)
일본어를 가장 처음 시작하는 노베이스 분들이 가장 먼저 공부하는 책 (일본어 무작정 따라하기 등)의 난이도입니다. 히라가나, 가타카나 암기, 기본 인삿말 부터 일본어 명사, 형용사, 동사의 반말, 정중형을 배우고 기본적인 동사 변형 (ます형, て형, た형, ない형)을 배웁니다. 아주 기본적인 한자 (日, 月, 作, 名...)를 배우며 가장 재밌게 일본어를 배울 수 있는 구간이지요. 저도 이때가 일본어가 가장 사랑스러웠을 때였네요^^ 그렇지만 너무 쉬운 난이도이기에 한국에서 JLPT N5를 시험 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JLPT N4
수준 : 일본어 기본, 초중급
한자/단어량 : 300자, 1500 단어
공부시간 : 누적 300시간 이상
(N5에서 하루 1시간 매일 공부시 6개월 소요)
활용도 : 여행 시 간단한 의사표현 가능
(일본인 초등 1~2학년 수준)
* 수능 제2외국어 영역 일본어 수준 (2~3등급)
일본어 포기를 부르는 첫 번째 벽 JLPT N4입니다. 이미 N1 혹은 그 이상의 일본어 능력자 입장에선 "아니 왜? N4면 그냥 숨 쉬듯 기본 문법이고 너무 쉬운데?? JLPT는 N3부터 시작이지^^?" 라고 이야기할지 모르지만, 막상 초보자 입장에서 N4를 공부하면 정말로 만만치 않은 급수입니다. 제가 처음 일본어를 포기한 시점이 JLPT N4였기도 하고, 노베이스부터 차근차근 일본어를 배우는 분들이 가장 많이 난이도를 오해하는 급수도 N4라고 생각해요.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JLPT N4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교재로 치면 일본어 문법 무작정 따라하기, 나혼자 끝내는 독학 일본어 문법 등의 책이 있으며, 일본어에서 쓰는 기본적인 거의 모든 문법 뼈대를 다 배운다 보면 됩니다. 특히 이때부터 동사의 경우 가능형, 사역, 수동형, 금지형, 의지형, 가정형 뿐만 아니라, 가정표현(と, たら, なら, ば), 양태표현(そうだ, ようだ, らしい), 기본적인 정중어, 존경 겸양표현도 배우기 때문에 문법의 볼륨이 엄청 커지는 시기죠.
영어로 치면 문장의 5형식, 구와 절, 관계대명사, 현재분사, 준동사, 복합관계부사 등이 있는 중학교 2~3학년 영어 문법책 수준의 난이도이기에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구간에서 일본어를 포기하는 분들이 100명 중 50명 이상이에요. "일본어는 한국인에게 아주 쉽다"고 생각한 분들이라면 변화무쌍하면서 즉각적으로 변환시켜야 하는 동사 활용형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아직까지 한자의 압박감은 없기 때문에, 그 부분은 참 다행스러운 부분입니다.
JLPT N3
수준 : 일본어 중급
한자/단어량 : 700~800자, 3500~4000 단어
공부시간 : 누적 500시간 이상
(N4에서 하루 1시간 매일 공부시 6개월 소요)
활용도 : 일본어로 된 간단한 글, 청해 가능
(일본인 초등 3~5학년 수준)
* 수능 제2외국어 영역 일본어 수준 (1등급)
일본어 포기를 부르는 두 번째 벽인 JLPT N3입니다. "JLPT는 N3부터 시작이지^^?" 라는 말은 가장 큰 오해라고 생각해요. 특히 JLPT N3는 그냥 기본적인 급수가 아닙니다. 엄연히 중급 레벨의 급수이며, 본격적인 한자와 단어 암기의 압박감이 오는 급수지요. 더 이상 시험지에서 친절하게 히라가나가 나오지 않는데, 냉장고를 뜻하는 れいぞうこ는 친숙하지만 冷蔵庫는 정말 살벌하죠... 본격적인 한자의 압박감에다가, 일본어 문형(구문)이 등장하기 시작하며, 독해와 청해의 경우도 일기, 표지판 등 출제되는 N4보다 짧은 기사글, 비문학 등 다채로운 주제의 글이 많이 나옵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독해, 청해에서는 큰 부담이 없다는 것은 다행입니다.
JLPT N2
수준 : 일본어 중상급
한자/단어량 : 1026자 이상, 6000 단어 이상
공부시간 : 누적 700시간 이상
(N3에서 하루 1시간 매일 공부시 6개월 소요)
활용도 : 일본 유학, 워킹 홀리데이, 제2외국어 스펙 최소 조건
(일본인 초등 6~중학 1학년 수준)
한국에서도 대기업, 공기업, 일본계 기업, 기타 사기업에서 인정하기 시작하는 급수이며, 유학이나 워킹 홀리데이의 기본적인 요건이 되는 급수인 JLPT N2입니다. 이 급수쯤 되면 N4의 문법, N3의 한자의 벽을 넘어왔기에, 오히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수월한 급수입니다. 물론 공부하는데 수월하단 거지 시험은 어렵습니다. 특히 2020년 이후 2022년까지 최근 들어 JLPT N2의 난이도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서 그저 간단히 딸 수 있는 자격증이 절대 아니에요.
단어 암기나 문형 암기 자체는 N3의 그것과 비슷합니다. 다만 단어의 양이 이전보다 1.5배 늘어나고 문형도 120~150개를 더 암기해야 하기에 좀 더 본격적으로 일본어를 공부해야 하지만, 앞서 문법과 한자의 벽을 넘은 분들에겐 이는 시간문제일 뿐 어려움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JLPT N2의 경우 특히 독해와 청해가 두드러지는데 독해는 과학, 심리, 사회, 이야기 등 더 복합적인 주제가 등장하며 NHK 인터넷 뉴스 수준의 지문이 등장합니다. 청해의 경우 확실히 N3보다 길고 어렵게 나오지요. N2부터는 언어 지식, 문법보다 독해와 청해 때문에 불합격을 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독해와 청해는 짧은 시간 안에 쉽게 극복하기 어렵죠.
그렇지만 역설적이게도 N5 일본어 노베이스에서 6개월 이내 짧은 기간으로 벼락치기 공부하여 합격하는 케이스도 꽤 많은 급수입니다. 시사 일본어 학원에서도 노베이스 5개월 JLPT N2 합격 커리큘럼이 있을 정도라서, 작정하고 하루 6시간씩 매일, 4~5개월 공부하면 합격할 수 있습니다. 단 4~5개월 동안 수능 수험생, 재수생, 공시생, 임고생 못지않게 힘들게 공부해야만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취업을 목적으로는 일본어 스펙이 되는 N2까지 취득하는 걸 목표로 하기에 가장 인기가 많은 급수죠.
JLPT N1
수준 : 일본어 상급
한자/단어량 : 1800~2136자, 10000 단어 이상
공부시간 : 누적 1000시간 이상
(N2에서 하루 1시간 매일 공부시 9개월 이상 소요)
활용도 : 대학교 일어 특기자, 대기업, 일본계 기업 우대조건
(일본인 중학 2~고등 1학년 수준, 혹은 그 이상)
일본어 능력시험의 마지막 급수이자 끝판왕 JLPT N1입니다. 물론 일본어 고수들의 세계에서 <입문> 취급받고 있기도 한 급수이며, N1 합격자들 사이에서도 100점(턱걸이 합격)과 180점(만점)의 차이가 엄청나게 크다곤 하지만, 그래도 최고의 등급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죠. 또한 일본어 공부의 마지막 벽으로써 JLPT N1은 수문장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아마도 일본 원서(소설, 만화), 미디어(드라마, 애니메이션), 비즈니스, 일본어로 된 대학교 전공서적, 논문 등을 읽고 이해하기 위한 시작점이기 때문에 그럴까요.
일단 단어 암기부터 JLPT N2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JLPT N2까진 아주 상식적인 단어 위주로 출제되지만, N1부터는 단어나 한자의 여러 의미, 다의어도 알고 있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생전 듣도 보도 못한 한자, 명사, 동사, 부사, 형용사, 복합동사 등이 출제되기에 좀 더 넓은 범위의 한자, 단어 공부가 필요하죠. 특히 한자의 경우 N2까지의 1026자는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무자비하게 한자가 나옵니다. 그리고 한자가 아주 빼곡한 독해 지문의 압박감은 수능 영어영역 빈칸 추론, 국어영역 독서 킬러 지문과 같은 그런 텁텁 막히는 느낌을 받지요.
또한 문형의 경우도 N1에 출제되는 100~120개의 문형을 추가로 암기해야 할 뿐만 아니라 N2와 N3에서 암기했던 문형의 '정확한 뉘앙스', '여러 가지 상황별 의미', '부사와의 호응' 등 여러 가지를 복합적으로 출제하기 때문에 N1, N2, N3의 모든 문형을 종합적이고 통합적으로 알아야 합니다. (대략 N1문법 40%, N2와 N3 문법 60% 출제) 그 외에도 경어가 본격적으로 문법, 독해, 청해에 등장하기도 해서 N2와는 또 다른 수준의 시험입니다. 2022년 최근 들어서는 언어지식, 독해에서 JLPT N1의 난이도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지요.
특히 JLPT N1 합격을 목표로 한다면 독해의 경우는 반드시 대책이 필요합니다. JLPT N2까지는 지문과 선택지의 일대일 대응만으로 맞출 수 있는 문제가 많지만 JLPT N1부터는 지문과 선택지의 패러프레이징이 당연하며, 많지는 않지만 발문(질문)으로 문제를 꼬는 경우도 있고, 한국어 문해력이 없다면 이해할 수 없는 철학, 과학, 사회과학 독해 지문도 출제를 합니다. 당장 최근 JLPT N1 독해 주제가 프랑스 철학, DNA, 진화론, 나비, 빛의 산란, 앎과 알지못함(전설의 와카라나이) 문제 등등 한국어로 해설지를 갖고 있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지문이 출제되기에 일본어 독해 능력뿐만 아니라 그걸 이해하는 문해력, 이해력도 필요한 시험이 되었습니다.
공학을 전공한 일본어 비전공자로서 JLPT N5부터 N1까지의 소감에 대해 썼습니다. 이렇게 정리를 하면서 느낀 점은 생각보다 일본 국제교류기금의 일본어 능력시험 JLPT가 급수별로 짜임새 있게 난이도를 구성했다는 점이에요. 마치 급수별로 요구하는 역량을 구별해서 평가한단 생각이 듭니다. 저 또한 세 개의 일본어의 벽을 넘어 고급 일본어로 나아가는 현 상황이 참 신기하기도 하고, 제 자신이 대견하네요. 일본어를 공부하는 모든 분들이 치열하게, 그리고 즐겁게 공부해서 목표하는 바를 이루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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