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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수능 수기

[수능 수기] 현역 5등급, 재수 3등급 학생이 삼반수 6개월만에 정시로 울산대 의대 합격한 수능 기적수기

by COCOTEA 2021.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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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인사이드 수능 갤러리에서 아주 유명한 전설적인 의대 수능 수기입니다.

 

고3 수능 5등급, 재수 수능 3등급, 삼반수 6개월 공부 후 수능 올 1등급으로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에 합격한 기적 수기입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는 2022 수능이 60일 정도 남은 상태인데 60일, 50일, 40일이 남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 물론 중요하지만 2023 수능 때 더 높은 목표를 위해 재수, 삼수, 사수, N수 등을 생각하는 재수생 분들에게 보다 중요한 기적수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 울산대 의대 6개월 기적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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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에 합격수기 게시판에 이렇게 제 모자란 수기를 올리게 된 butterfly입니다.

지금 수능이 대략 7개월 반 정도 남았죠? 이미 너무 늦었다 생각하고 포기하려 하시는 분들이 많이 보이는데(특히 고3분들 중에 벌써부터 재수 생각하시는 분들도 보이는데 개인적으로 참 안타깝습니다)

저는 삼수 시절 울산대 의대를 합격하기까지 사실상 8개월 남은 시점부터 공부를 시각 하긴 했으나 하루 채 3시간도 안 한 날이 태반이었고 수능이 기껏 170일남짓 남았을 때부터 정말 어떤 계기가 있어서 죽을 각오로 '제대로'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고작해야 수능 하나 잘 본 것 가지고 거창하게 수기까지 쓰는 게 좀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벌써부터 포기하시려는 분들을 보고 안타까워서 제 모자란 수기가 조금이나마 힘든 수험생활에 위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써봅니다... 

 

현역 355 (5등급) → 재수 233 (3등급) → 삼수 111 (울산대 의대 합격)

 

재수


재수 이야기는 되도록 간략하게 하도록 하겠다.
 
터무니없이 낮은 성적으로 혹시나 하는 희망을 가지고 넣어봤던 지방 국립대를 떨어지고
당시 우리 학교에 불던 재수 열풍에 휩싸여 나는 대책 없이 재수를 결심하게 되었다.
 
1월부터 같이 재수하는 친구들 네 명과 독서실을 끊어 다니기 시작했다.
술은 주말에 딱 하루만 마시기
낮 9시에 와서 밤 12시에 가기
피시방 가지 않기
처음엔 모두들 규칙을 칼같이 지키며 서울대 뚫을 기세로 열심히 하루하루를 불태웠지만
한 달이 지나니 다들 풀어져서 피방 가서 카오스 하고 스타 하고... 그야말로 막장이었다
이대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3월부턴 노량진의 재수종합반을 등록했다
3월의 재종반은 분위기부터가 달랐다. 딴짓 한번 하면 수능점수라도 떨어질세라 정말 피땀 흘려가며 공부하는 애들
그리고 정말 필사의 각오로 공부에 매진하던 삼수생 형을 보면서 나도 엄청난 자극을 받아 수업시간 풀집중, 자습시간 풀집중상태로 정말 살면서 가장 열심히 공부에 몰두할 수 있었다.
 
여기서 이 삼수생 형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하겠다.(앞으로 편의상 김형이라 부르겠다.)

김형은 내 수험생활 전반에 있어 정말 많은 정신적 버팀목이자 동료가 되어준 분으로서

충북대 1학년을 마치고 과감히 자퇴해서 다시 수능에 도전하고 있었다

검도 4단에 복싱 등등 운동을 오래 해서 그런지 체력이 남달랐고 집중력도 엄청났다.

김형의 멘털 관리능력은 정말 엄청났다. 

모의고사 성적이 어떻게 나와도, 성적이 한동안 슬럼프에 빠져도 

늘 물 흐르듯 흘려보내고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김형을 보며 정말 많이 배우고 닮으려 노력한 것이 

내가 뒤늦게나마 수험생활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어쨌든 재수 시기의 3, 4월은 내 수학과 영어영역의 기본 실력을 가장 밀도 있게 쌓고 배양해 나갔던 시기였다

그렇게 6월 평가원 모의를 봤고 2/2/2이라는 성적을 받았다(상단 1번째 성적표, 윗부분이 찢어져서 날짜가 안 나왔다).
 
남들에 비추어볼 때 그렇게 높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나는 정말 뛸 듯이 기뻤다. 

그동안의 인고가 이렇게 보상을 받는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다 나올 것 같았다

이때부터 내 재수의 가장 큰 실패 요인인 자만심이 서서히 자리잡기 시작했다. 

학원 수업을 더 들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정말 미친 자만심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로 후회막심하다.)

7월에 결국 독학하겠다고 학원을 나와 동네 독서실을 다니며 공부하던 재수팸에 다시 합류하게 되었다

국어, 수학은 기출 풀이+분석, 영어는 부족한 문법과 구문 보충 후 기출, 과학탐구는 인강 들으며 개념 복습

이런 식으로 하루하루 세운 계획을 나름대로 잘 이행해나갔다

처음 한 달간은 학원에 있을 때보다 무려 두배가 넘는 공부량을 소화해냈다

그러나 8월 중순부터 서서히 슬럼프가 오면서 '어차피 한번 오른 성적은 쉽게 안 떨어지겠지', '지금까진 성적 금방금방 올렸으니까 앞으로도 그럴 수 있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자만심 섞인 자기 합리화를 하기 시작했고 재수팸과 같이 피시방 다니며 하루 종일 카오스에 찌들어 살았다

하루 공부시간이 3시간도 채 안 되는 날들이 많아졌고 여덟 시에 칼같이 기상하며 지키던 규칙도 무뎌져 기상시간이 점점 늦어져 끝내는 10시에 기상하는 
습관이배었다

9월 평가원... 6월보다 다소 상승된 난이도에 시험 보는 내내 멘탈붕괴.. 등급이 6월보다 떨어졌다. 당연한 결과였다 집에 와서 가채점을 하는 내내 자괴감이 들었다

내가 이러려고 재수했나...

언어 3등급 수리 3등급 외국어 2등급 탐구 1/2/1

9월부터 다시 멘탈을 붙잡고 공부 시작했다 평가원 모의 다다음날부터 수능 직전 날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5개년 기출 분석하고 틀린 이유 찾아서 제대로 머릿속에 박힐 때까지 반복.. 또 반복

10월부터는 계속 시간 재고 모의 푸는 연습만

대망의 수능날

내 재수생활을 돌아볼 때 돌아온 결과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다

언어 2등급 수리 2점 차로 3등급 외국어 3등급 탐구영역 죄다 2등급

그날의 참담한 심정은 차마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실어증 걸린 놈처럼 말 한마디 없이 하루 종일 방 안에서 밥도 제대로 안 먹고 잠만 잤다.

원서질을 하긴 해야 했다 그냥 적당한 대학교 가서 적당히 다니다가 졸업해서 적당한 회사 취직이나 하자.. 그게 내 그릇이다

이런 생각으로 가나다군 통틀어서 x대 전자과 한 곳에만 원서를 넣었고 거의 막차 타고 붙었다

이렇게 내 재수생활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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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

오티.. 엠티.. 대학생활은 너무 즐거웠다. 

이대학에 재수해서 온건 나밖에 없을 거야.. 하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많더라

한학 번 위 동갑내기들도 선배라고 위세 같은 거 전혀 안 부리고 말 트고 친구처럼 대해줬다

3월 중순. 매일 술 마시고 놀러 다니고 아무 의미 없이 살다가 문득 깨달은 바가 있어 나는 반수를 결심한다

3월 모의고사를 언수외만 뽑아서 풀어봤다.

언어 3/가형 2/외국어 3

(국어영역, 수학영역 가형, 영어영역)
 
처참했다 이 성적을 보고 잠시 반수 할마음이 싹 사라졌다.

어쨌든 반수를 시작한다고 하긴 했는데. 아무래도 대학생활과 겹치다 보니까 하루 중에 수능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고 그마저도 들쭉날쭉했다

고작해야 하루 2시간 3시간 정도 수학의 정석 깔짝거리는 정도였다. 이게 수능 볼 생각이 있는 건지 그냥 도피 심리인 건지 목표의식조차 흐릿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오랜만에 김형한테 연락이 온다(재수부분 참조) 사실 수능 끝나고도 연락이 몇 번 오긴 왔으나 내가 낯부끄러워 연락을 받지 않았다.

김형은 연세대 공대에 합격해서 다니고 있었다.

잘 지내냐고 학과 공부는 할만하냐고 묻더라

나는 그냥 지금 반수를 하고 있는데. 참 뜻대로 안 되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는 식으로 얘기를 꺼냈다

그날 고깃집에서 김형과 두시 간 남짓 나눈 대화는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계기가 되었고 아직도 내 머릿속에 그 한마디 한마디가 또렷이 박혀있다.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한마디

"J야, 우리가 뭔가를 하고자 할 때 대부분은 그 출발 단계에서 무너지고 계속 비슷한 자리만 맴돌게 되는데. 이건 그동안 몇십 년을 쌓아온 행동 패턴을 깨 부수고 새로운 패턴을 만드는 것이 너무나 힘겹고 어려운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싸움에서 한번 지게 되면. 이렇게 져버리는 것이 차라리 편한 길이라는 진실이 무의식 중에 박혀 버리기 때문에 이 싸움을 시작한 그 순간부터는 단 한치도 물러서면 안 된다. 마음을 먹은 그 순간부터 당장 실행에 옮기고 아주 작은 빈틈이라도 절대로 허용해서는 안된다. 원칙을 정해놓고 정말 칼같이 지켜라. 이게 그런데 말처럼 쉽지 않다. 이건 수능 공부보다도 더 어려운 거야"

김형과의 만남 후 나는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게 된다. 휴학이 아닌 자퇴다. 이렇게 배수진을 쳐 놓고 공부하지 않으면 돌아갈 곳이 있다는 보험 때문에 나태해질까 봐 나는 과감히 자퇴를 선택한다.

그때가 아마 5월 17일 정도였으니 수능이 고작해야 170 일남짓 남았을 무렵이었다.

기숙학원을 가고 싶었지만 부모님께 손 벌리기가 너무 송구스러웠다. 집안 형편도 좋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나는 또다시 독학재수를 선택하고 동네 독서실을 등록해서 다니기 시작한다(보통 독서실은 9시에 오픈하는데 이곳은 8시 30분에 오픈)

나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해야 170일남짓. 이번에 실패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았다. 정말 죽을 각오로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수능을 망치고 또다시 죽기보다 괴로운 상태에 던져질 바에야 차라리 남은 기간을 죽을 각오로 공부하자.

'하루 중에 얼마큼의 시간 동안 공부를 한다'가 아니라 '공부하는 시간을 제하면 얼마가 빈다'로 하루 생활의 인식 자체를 바꿔버렸다

숨 쉬고 밥먹듯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공부를 하고, 공부를 하지 않는 시간이 오히려 부자연스럽고 어색할 정도로 그렇게 공부를 했다.

처음 3주간 이런 생활에 적응하면서 정말 죽도록 힘들었고 뛰쳐나가고 싶다는 충동이 든 적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김형의 말을 노트에 적고 계속 되새겨가면서 나는 단 한 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우리가 뭔가를 하고자 할 때 대부분은 그 출발 단계에서 무너지고 계속 비슷한 자리만 맴돌게 되는데. 이건 그동안 몇십 년을 쌓아온 행동 패턴을 깨 부수고 새로운 패턴을 만드는 것이 너무나 힘겹고 어려운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싸움에서 한번 지게 되면. 이렇게 져버리는 것이 차라리 편한 길이라는 진실이 무의식 중에 박혀 버리기 때문에 이 싸움을 시작한 그 순간부터는 단 한치도 물러서면 안 된다. 마음을 먹은 그 순간부터 당장 실행에 옮기고 아주 작은 빈틈이라도 절대로 허용해서는 안된다. 원칙을 정해놓고 정말 칼같이 지켜라. 이게 그런데 말처럼 쉽지 않다. 이건 수능 공부보다도 더 어려운 거야'

6:00~6:30 기상 및 아침운동

6:30~7:00 아침 식사하면서 영단어 외우기

7:00~8:20 어제 푼 수리 틀린 문제 다시 풀고 개념 간단 복습

8:30~1:40 독서실

2:00 집 와서 씻고 취침

(점심은 간단한 스낵으로 5분 안에 해결, 저녁은 밥을 시켜먹었다)

단 일주일 중 일요일 하루만큼은 자정에 자서 9시에 기상했다. 이렇게 하지 않고서는 하루 4시간 취침을 170일간 버텨나갈 재간이 없었다.

3주가 채 되기 전에 기본 정석을 처음부터 끝까지 연습문제 포함 한 바퀴 돌렸다. (지금 생각하면 물론 도움은 됐지만 꽤 헛짓이었던 게. 이미 개념이 있는 상태에서는 이렇게 '개념서를 돌린다'라는 식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푸는 것보다는 개념 간의 연계성, 유기성을 중심으로 좀 통합적으로 비중을 따져가며 공부를 했어야 했다)

어휘끝은 거의 20일 만에 끝낸 것 같다, 사실 영어는 단어를 정말 무식하게 많이 외우고 EBS 연계 교재, 기출 풀고 나서 빈칸 연습만 죽어라고 했다(문법은 재수 때 베이스를 확고히 해놔서 따로 할 게 없었음)

언어는 매일  전 개년 6월, 9월, 수능 제본해놓은 거 아침에 1회, 저녁먹고1회씩 풀고(시간줄이는 연습 한답시고 10분 적게재고 풀었다.) 

채점하고 틀린 거 분석하고 지문 독해를 어떻게 하면 단시간 안에 정확하게 할지를 연구하고

과탐은 사설 인강 들었음. 사실 과탐은 혼자 하면 오개념이 생기기가 쉬워서 인강을 듣는 게 낫다. 과탐 인강 들을땐 천천히 긴 기간을 듣지 말고 짧은 기간 동안 스퍼트 내서 확 끝내버리고 계속 복습해주는 게 진짜 효과 만점임.

몇 주 정도 17시간 넘게 공부하고 본 6월 모의고사..  

고작 몇 주 긴 하지만 사실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생각하고 나름 엄청 기대하고 봤었는데

국어 2 수학 3 영어 2 물리1 2 화학1 2 생명과학2 3

기대했던 것만큼 실망도 컸다. 하지만 고작 몇주를 밀도 있게 공부했다는 이유로 이것보다 높은 등급을 바라는 건 도둑놈 심보였다

해설강의 듣고 틀린 문제, 맞은 문제 중 애매한 문제 전부 다시 다 풀고 그 부분 개념 정리 새로 했다

그리고 바로 다다음날부터 나는 언제 모의고사를 봤냐는 듯 다시 평소 공부 페이스로 돌아왔다(이게 매우 중요하다. 모의고사 보고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 페이스 유지하는 거)

언어는 계속 평가원, 수능 기출 하루 2회씩 풀고 철저하게 분석했고(이 철저하게 분석하는 게 시간을 상당히 많이 잡아먹는다)

자주 실수하는 고전시가 파트를 확실히 잡으려고 M사의 모선생님 인강과 시중 자습서 하나를 병행해 풀었고

수리는 7월 중순까지 계속 정석으로 개념 보고 시중에 나온 얇은 문제집 하나씩 사서 풀었다

기출은 자이스토리 대신 전 개년 6,  9, 수능 파일을 구해서 제본한 다음 회당 90분씩 재고 풀었다

이렇게 시간을 10분 깎아 재고 푸는 것이 시험장에서 실수 줄이고 시간낭비 덜하게 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됐다

외국어는 이때까지도 계속 무식하게 단어 외우고 빈칸 훈련하고 실전 모의고사 풀고

8월쯤 되자 체력이 너무 떨어지는 걸 느껴서 기상시간을 한 시간 늦추고 취침시간을 30분 앞당겼다.

그래도 하루 순공부 시간이 15시간 밑으로 떨어지는 날은 거의 없었다

신기한 건 처음 이런 생활 패턴을 만들고 지키던 몇 주간은 정말 힘들고 죽을 것 같았는데

일단 이런 패턴에 발을 들여놓고 몇 바퀴를 도니까 이걸 유지하는 건 정말 생각보다 쉬웠다

하지만 처음 이런 생활 패턴을 만들 때 하루라도 깨지 않고 정해진 생활을 유지하는 건 정말 죽도록 힘들다

9월 모의고사

언어를 풀 때 예전엔 상당 부분을 감에 의존했었는데 이번엔 뭔가가 달랐다

평가원에서 요구하는 사고, 흐름을 따라가니 답이 딱 놓여있었고 확실히 단기간이지만 실력이 올랐다는 게 느껴졌다

신기했다

가형도 3에서 2등급 최상위 정도로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경험해본 분들은 알겠지만 공부시간이 15시간이 넘어가면 확실히 뇌가 그 시험에 최적화가 된다고 해야 되나? 그런 게 있다)

그리고 평가원에선 한 번도 받아 본 적 없던 외국어 1등급.

과탐도 기대 이상으로 나와줬다.

언어1 가형2 외국어1 물1 1 화1 2 생2 2 

9월 모의고사 끝나고 이틀을 쉬었다. 재충전이 필요한 타이밍이었고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다시 시작.

수능이 임박해오니까 정말 뇌세포 하나하나까지도 긴장이 되고 공부효율도 1.5배 늘어나고 긴장감도 유지되면서 잠도 없어지고.. 

그날부터 수능까지의 공부량이 정말이지 내 재수와 삼수 5월~8월 합친 공부량보다 훨씬 많았다

수학에 관해 한마디 하자면 나는 이 이후로 정말 개념을 확실히 알고, 문제를 만났을 때 그걸 자유자재로 사용하기 위한 연습을 했는데

문제를 풀면서도 답을 맞히는 것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문제를 보고, 풀이의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테크닉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그 과정을 연구하고 여러 가지 풀이과정을 떠올리는 방법을 훈련했다
(이게 결정적으로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

그리고 파이널 모의고사 어지간한 건 정말 도움 많이 된다 꼭 풀자.

수능 당일

집에서 좀 먼 학교에 배정됐다

어쨌든 7시 반에 도착해서 자리 앉아서 걸상 책상 체크하고 머릿속으로 주문을 걸면서 시간을 때웠다

언어 무난했다. 사실 46번 한 문제에서 살짝 헷갈린 것 말고는 전혀 막힘없이 풀었고 다 풀고 나니 15분 남음.

수리 가형. 매일 풀던 모의고사보다 시간이 한참 더 걸렸다. 기분이 이상했다. 푸는내내 멘탈잡고 간신히 풀었다. 시간 맞춰서 겨우 다 풀었다.

수리 풀고 완전히 멘붕. 도시락 먹는 내내 사차함수문제 혹시나 계산 실수한 건 아닐까 하고 머릿속으로 계산해보면서 먹음. 다행히 맞은 것 같았다

외국어는 정말 풀면서 만점이구나 느꼈고 실제로 만점. 중학교 때 본 내신시험부터 사설 교육청 평가원 수능 통틀어서 내 인생 최초의 외국어 만점이었다

탐구는 공부하기도 재밌게 공부했었고 정말 여러 번 반복했던 과목이라 자신감 있게 풀었음

화1에서 삐끗한 것 빼면 무난하게 풀었다

시험장에서 나오면서 기분이 참 복잡 미묘하더라  다른 과목은 다 엄청나게 잘 본거 같은데 수리가 계속 찝찝했다

채점해보니까 96점. 객관식 21번 한 문제틀림 (나중에 알고 보니 가형 만점자가 35명밖에 없다더라)

채점하고 나서 그냥 바로 뻗어 잤다.

가군 울의 나군 설의(붙을 생각 안 하고 씀) 다군 보험으로 아주의씀 ㅋㅋㅋ

결국 보시다시피 울산대 의대 최종 합격했다. 

이 당시엔 너무 한꺼번에 많은 감정이 머리로 막 몰려들어와서 그런가 오히려 아무런 감정이 없어진 것 같은 그런 미묘한 상태에 놓였었다

170일. 수능을 준비하기엔 너무나 늦은 시간인 줄로만 알았고 그 때문에 나는 정말 죽을 각오로 공부했다

170일 동안 이룬 예상외의 쾌거로 깨닫게 된 점 하나는 

긴 시간 동안 조금씩 공부하는 것보다 짧은 시간 동안 정말 남들보다 훨씬 밀도 높게 공부하는 것이 수능에있어선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수능은 지식보단 일종의 테크닉을 요하는 시험이므로 김연아 같은 운동선수들처럼 깨어있는 시간 내내 온몸의 감각을 수능에 최적화시켜야 한다(유지하지 않으면 감각이 점차 떨어짐. 꾸준함이 정말 중요하다)

물론 이 글은 대부분의 의지박약 수험생들에겐 그저 달콤한 희망고문에 불과한 글이 되겠지만 
한 명, 단 한 명이라도 이 글을 읽고 나서 낡은 패턴을 부수고 새로운 패턴을 만들려는 시도를 한다면, 그리고 마침내 성공한다면 이 글이 전혀 무의미한 쓰레기는 아닐 것이라 생각하며 글을 마칩니다.

 

 

[출처 : 디시인사이드 수능갤러리 울산대 의대 기적수기, 예전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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